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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새1끼한테 쫓겨나서...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어서 ㅠ 홈에다가 글을 쓰려고 들어옴... 

 

어제 장난감 줄에 다리가 감긴 1호가 제 풀에 놀라서 미쳐 날뛰는 사고가 있었다. 난 그 때 뭘하고있었냐면 컴퓨터 앞에서 심즈(ㅎㅎ;)를 하고있었다. 사흘 전에 새로 마법의 나라 확장 팩이 나왔거든.. 

 

거기다가 이제 여자친구가 쌍둥이를 낳아서 (심즈 속 이야기입니다) 걔네를 이제 내 집으로 이사시켜서 육아에 전념을 하기 위해 자동차 모양의 유아용 침대 색깔과 배치를 졸라 신중하게 고르는 중이었단 말이지.. 근데 갑자기 1호가 거실에서 내 방 안으로 미친듯이 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 우다다인가? 그런데 서너번을 그렇게 뛰어다니는 게 누가 봐도 심상치않았다. 고양이 키우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우다다와 죽으려고 날뛰는 거랑 정말 느낌이 다르다. 일단 뛸 떄의 느껴지는 박력이 다르고 히익히익 헐떡거리고 낮게 구우웅 거리면서 더 흥분하면 그와앙! 하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함. 

 

깜짝 놀라서 왜 그래?! 살펴보니 다리에 뭔가 감겨있는 것이었다. 장난감이 다리에 걸렸구나!! 상황파악하고 재빨리 1초만에 침착하게 서랍에서 눈썹 가위를 꺼냈다. (끝이 둥글어서 날카롭지 않은 가위) 1호 새끼는 뛰다가 지쳤는지 내 의자에 잠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개빡돌아서 나조차 경계를 시작하긴 했지만 정지해서 빈틈이 생긴 딱 좋은 타이밍이라 나는 잽싸게 떨리는 손으로 낚싯대에 연결되어있는 끈을 싹둑 끊었다. 뭔가 이변을 감지했는지 동시에 또다시 날뛰기 시작하는데 이럴수가 ㅠ 저 낚싯대는 고정을 위해서 끈이 손잡이에 하나 끝에 하나 달려있는 물건이었다. 이미 엉킨 이상 하나만 잘라서는 소용이 없었다. 1호는 야생화해서 날뛰기 시작하면 맨 손으로는 털끝하나 손 댈수가 없고 작은 소리에도 까무라칠 정도로 놀라는 개노답 쫄보이기때문에 나는 곧바로 이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죠!! 

 

불행중 다행인 건 웬일인지 거실에 심신이 미약한 강아지 0호와 어려서 눈치도 없고 힘만 넘치는 캣초딩 2호가 각자 일촌방, 이촌방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진심 얘네까지 밖에 나와있었으면 1호한테 쳐맞았든지 발톱에 찍혔든지 무조건 2차 참사가 100%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러온 이촌은 냥줍만 했지 직접적으로 냥이를 케어해본적은 없는 초보집사였고... (냥이의 야생화를 겪은 적이 없어 심각성을 모르니 일단 나보다는 침착했다) 1호는 그 사이에 캣타워 제일 아랫칸인 숨숨집에 숨어 미친듯이 우리를 보며 그르렁 대고 있었다. 숨숨집은 뚫려있는 입구 두 개가 모두 좁기때문에 스스로 나오지 않는 이상 꺼내는 것은 죽어도 무리였다. 미친듯이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짧은 사이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저러다 나를 공격하려나? 단 한번도 나에게 달려든 적은 없지만 이러다 공격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재빨리 기모 맨투맨과 왕 두툼한 기모 츄리닝 바지, 수면양말까지 방어구를 챙겨입었다. (이촌도 챙겨줌) 

 

다음은 담요, 눈을 가려서 잡아야겠다. 이사할때에도 별 미친 지랄을 다해서 정말 울면서 잡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는 느낌이 왔다. 이사할 때 고양이 최대치의 지랄을 뼈 저릴 정도로 느꼈었다.ㅠ 하지만 이사할 때에는 과정이 지금보다는 심플했다. 일단 애를 잡아서 케이지에 넣기만 하면 됐으니까. 이 건은 일단 잡은 뒤에 네 다리를 전부 살피며 다리에 엉킨 장난감 줄을 끊어줘야하니까 시간과 스킬이 이사 때보다는 좀 더 요구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사할 때의 경험에 미루어봤을 때 1호는 담요에 잡혀 앞이 안보인다고 해도 살기 위한 발버둥과 날뜀을 멈추지 않았다. 그 때도 정말 꽉 끌어안아서 제압해야했는데... 

가위로 실을 자르다가 놓치게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오만가지 최악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면서 스스로 공포에 질려갔다. 쟤가 저렇게 날뛰다가 실이 더 감겨서 다리가 괴사하면 어떡하지? 아예 실이 파고들어서 상처가 생기는 바람에 더 예민해져서 포획하기 더 힘든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한 번 실패하면 두번 째는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난이도가 올라가는데(아마 예민한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다 공감하실 것이다)!

 

공포에 섣불리 결단하지 못하고 있는 내게 이촌은 일단 이렇게 대치만 하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며 자신이 캣타워를 잠깐 들어올릴테니 1호가 튀어나가면 네가 담요로 잡으라는 작전을 제안했다. 그래, 내가 튀어나가는 걸 담요로 붙잡고있으면 이촌이 실을 자르는 걸로 하자. 나는 일단 고개는 끄덕였지만 겁에 질린 고양이가 살기 위해 덫(고양이 본인 기준)을 피해서 튀어나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이사 때 익히 알고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촌은 캣타워를 들어올렸고, 고양이는 튀어나갔지만 나는 잡지 못했다. 1호는 엄청난 도약으로 나를 피해 침대의 헤드 프레임 뒤로 들어가 숨는 것에 성공했다. 시발... 욕이 나왔다. 시발 시발.  왜 침대 뒤를 잊었을까. 이사할 때에도 침대 헤드 뒤로 숨게 둔 게 사태의 원흉이었다. 침대 자체도 퀸사이즈에다 벽과 책장 사이에 딱 붙어있기 때문에 일단 한 번 깊숙히까지 들어가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꺼낼 수가 없는..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이제 오늘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거 최소 4시간 각이다.. (이사 때는 5시간이 걸렸다) 침대 뒤로 들어갈거라고 생각을 안 한 내 안이한 대가리를 존나 패고싶었다.. 침대 옆에 바로 양 쪽 다리 면이 막힌 협탁이 붙어있어서 ㅄ같이 방심한 것이다. 

 

그러나 천운인지... 얘가 아무래도 줄이 감긴 다리가 불편했는지 침대 안 깊숙히까지는 못들어가고 침대의 입구 쪽에서 우리를 계속 경계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멀쩡한 다리라면 몸을 돌려 방향을 틀어서 좁은 틈을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낚싯대까지 달고 우리를 경계하면서 민첩하게 방향을 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고양이 신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일단 나는 이촌한테 지금 눈썹 가위를 챙겨둬라. 백퍼 내가 포획한 뒤에 자르려고 하면 어디에 뒀는지 생각 안 난다고 신신당부했고 이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여분의 문구용 가위까지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눈썹가위가 있으니 쓸 일은 없겠지만 혹시 1호의 발광에 가위를 놓칠 지도 모르니까... 이촌은 이제 준비를 갖췄으니 자기가 침대에 올라가서 침대 프레임을 살짝 건드려 자극을 해볼테니 나오면 잡으라고 했다. 캣타워 숨숨집도 모두 원천봉쇄된 상태라 다시 한 번 침대로 들어가게 두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결판은 날 터였다. 

 

긴장 상태에서 이촌은 침대 헤드를 간보듯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와 동시에 1호가 삵같은 소리를 내며 무섭게 앞으로 튀어나왔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빨리 올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불을 촥 펼쳤고 순식간에 1호는 달리던 루트 그대로 내 담요에 빨려들어왔다. 동시에 미친듯이 발버둥치며 날뛰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비닐 봉지에 담긴 오뎅국물같기 때문에 제압을 하고 있지만 곧 어디가 얼굴이고 꼬리인지 모르게 되었다. 나는 이촌에게 빨리 잘라! 를 연신 작게 외쳤고 이촌은 아니나 다를까, 순간적으로 눈썹가위를 어디에 뒀는지 그 사이에 잊었는지 내가 예비용으로 올려둔 문구용 가위를 들고 손을 떨면서 설치고 있었다. 더럽게 날이 들지 않았다. 줄을 제거하는 30초 남짓이 30분은 되는 것 같았다. 장난감 줄은 다리 하나뿐만 아니라 다리 세개에 걸쳐 감겨있었는데, 일단 뒷다리 하나에 낚싯대와 줄이 같이 칭칭 감겨있었고 남은 뒷다리 하나에는 걸쳐있었으며 발광하면서 깨진 듯한 앞다리 발톱에 남은 줄이 낀 채 쥐돌이가 매달려있었다. 두번 째 뒷다리의 실을 제거하는 순간 나는 담요 너머로 1호에게 꽉 물리게 되고, 옆에 있는 담요까지 끌어와 1호의 어깨 위를 덮어 압박하였다. 가까스로 장난감을 모두 잘라내고 1호를 해방하자 1호는 용수철처럼 미친듯이 캣타워 위로 튕겨 올라가 우리를 집안 대대에 걸친 원수 보듯 쳐다보았다... 

 

사태가 진정되자 내 방 안은 1호가 지린 똥오줌의 냄새로 가득 찼다... 캣타워 위에도, 1층 숨숨집 안에도, 침대 뒤에도... 온갖 곳에 발광하면서 흘린 듯한 응가가 놓여있었다... 캣타워는 창가에 있었기 때문에 환기를 위해 창을 열 수도 없었다.. 더 다가가면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조용히 2호의 화장실과 사료, 내 핸드폰만 챙겨 내 방을 떠났고... 1호는 떠나는 나를 미친듯이 확장된 동공과 울음소리로 배웅했다.. 고양이 말을 모르지만 최고 레벨의 개쌍욕과 온갖 저주임이 확실했다. 아마 살면서 먹어본 욕 중에 제일 강렬할 것이다. 표정과 눈빛이 진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나를 증오하고있었다... 

 

항상 고양이한테 이렇게 당할때(ㅠ)마다 서러워서 눈물이 나는 것은... 쟤가 나를 공격해서 무섭게 굴어서 모르는 것처럼 굴어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치워줬더니 배은망덕(?)해서ㅠ 이런 이유도 사람이니 분명히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마치 자기를 해코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 여기서 오는 현타와 억울함, 서러움이 제일 큰 이유인 것 같다... ㅠㅠ... 나 아니야... 나는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ㅠㅜ

 

사랑하는 1호는 오늘도 화를 풀어주지 않아서 조심조심 방에 고양이 진정 음악을 틀어주고 내 방을 포기하고 거실로 나왔다.. 1호는 지금 캣타워에서 드레스룸으로 이동해서 숨어있는데 밥은 먹었나 해서 살짝 열어보니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눈동자에서 날 죽이겠다는 살기가 새어나왔다. 구우우 거리면서 하악질은 뭐 당연한 옵션이고... 아마 저 새1끼의 지금 기분으론 내가 눈 앞에서 꽥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 하지만 난 장수해서 내일도 살아서 너한테 화해의 츄르를 내밀 것이다..ㅠㅜ